화요일 밤의 짧은 전화 이후로 H랑 연락이 안된다. 그날 밤까지만 해도 아무런 일이 없어 보였었는데..
그날 밤의 전화는 무슨 목적이 있어서 였을까? 마지막 말이라도 하려 했었던 건가? 내 전화 없이
H가 스스로 걸었던 첫 전화 였는데 - 안지 석달 열흘만에..-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답 없는 문자에, 받지 않는 전화를 그저, 그저 피곤해서 그런 것이려니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억지로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내겐 그리 긍정적인 일은 아닐 듯 싶다. 오늘, 그리고
이번 주말을 보내보고는 확실한 내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지난 한주간 참 좋았었는데... 잠깐씩이나마 얼굴도 보았고, 계속 전화에 문자에~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장및빛 희망을 가졌었는데... 늘 바쁜 그애를 위로해주며 힘들 때
내게 기대게 할 수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다시 열흘만에 그냥 일장춘몽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더 열심히 좋아했어야 했을까? 아니면 진작에, 진작에 미련을 버려야 했을까? 미련을 버리려고 하면
버릴 기회는 진작에 많디 많았었는데, 지난 석달간 그 긴- 별로 연락도 안하는- 시간동안 난 왜
내 마음의 끈을 놓지 못했던가... 바로 이달 초만 하더라도 끈을 놓기로 또 한번 맘을 먹었다가
며칠만에 스르르 혼자 풀려버리지 않았던가...
좀더 진지하게 좋아하라..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말해라...
그냥 그렇게 말하고 살아볼까? 좀더 강렬하게 그렇게 했어야할까?
약속 없이 한밤에 찾아가고 떼쓰고~
부담스럽게 그래야 할까?... 그러면 될까?
원하지도 않는 선물을 마구 안겨주고 난감해하는 표정을 뒤로하고 달려들어 볼까?...
어떻게 하면 될까??
한달만, 단 한달만 해볼까??......
우선, 원석이의 결심소식이 첫째지 싶다. 계속 맘 먹던 사표를 결국 얘기했다는 말을 듣자, 왠지 같이 있어줘야 할 것 같고 그리고 그녀석이 다시 올라오기 전에 한번 내려가봐야 할 것 같았다. 두번째 부터는 내 문제다. 전날의 '편한오빠'란 말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하루종일 심란했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하나 계속 머릿속이 복잡하던차에 그냥 시원히 여행을 떠나고팠다. 거기다 결정적인 건, 주말에 약속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 일단 결정적인 방해꾼은 없음.
하지만 화성에서 부산까지가 그냥 한발짝 내닫으면 도착하는 길이 아닌지라 간다면 어찌 갈 것인지 계속 이리재고 저리재면서 시간만 늦어지고 있었다. 결국 원석이와의 채팅으로 갑자기... 아홉시가 넘은 시간에 천안으로 향했다.(ktx천안 아산역) 열시 40분발 부산행 ktx에 몸을 싣고 부산에 도착한 게 이미 토요일 새벽 0시 50분.
차를 가지고 마중나온 원석이와 성재를 픽업하고 , 일광해수욕장의 모텔에 자리를 잡으니 이미 한시 오십분. 그렇게 첫날 밤은 지나갔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쉽게 지나지는 않았다. 모기 때문에. 모텔에 이 계절에 모기가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가 안가긴 하지만 그 모텔에 모기가 있었다. 피곤에 지친 몸으로 모기를 쫓고 쫓으며 잠을 자다가 새벽에 도저히 못 참아 모기를 잡고 잤다. 한마리가 아니라 세마리나 되더구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방에 F킬라도 있더군. 살충제가 있을정도면 평소에도 모기가 그렇게 활기를 친다는 얘긴데.. 에휴.... 방을 잘 골라야지.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원석이는 새벽 일찍 나가고, 모기에 시달렸던 우리는 느지막히 열시즈음에 모텔을 나섰다. 바로 앞 5분 거리에 일광 해수욕장이 있었다. 어젯밤 스쳐지나갔을때는 물도 안이쁘고 볼 거 전혀 없는 해수욕장처럼 보였었는데, 사람없는 낮에 보는 풍경은 달랐다. 아니 사실 별 거 없긴 했다. 사람도 없고 너무나 조용하고...풍광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파도소리, 바람도 거의 없어서 살짝~ 거의 강물마냥 조금만 출렁이는 파도소리가 내 귀를 너무나 간절히 자극했다. 그제부터의 심란함과 고민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면서... 생각이 들어 문자 하나를 날렸지만 역시나 그 문자는 잔잔한 파도에도 묻혀서 답이 돌아오질 않았고... 성재랑 난 그렇게 거기서 거의 한시간을 천천히, 거닐었다. 아무것도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는 곳이었지만 그 조용함과 잔잔한 파도 소리가 정말 최적의 최고의 해수욕장을 경험하게 해 준듯.
월래까지 버스를 타고 원석이한테 가서 차를 받고 점심을 먹은 후 간 곳은 용궁사.
솔직히 여긴 절이라기보다는 절을 테마로 한 관광지 같다는 느낌이...--a 절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풍광을 즐기는 관광지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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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씨 카메라가 이상하다....--a,렌즈에 뭐가 끼었나...) 절 앞의 해변에서 또 30분 이상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적절하게 질문을 던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불만을 가지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개선이 가능한 질문을 던지는 법.
특허를 써랜다. 팀장이. 팀장이나 되어서 일일이 팀원들에게 전화해가며, '너 개기냐?'라고 말하는 게 적절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울 회사는 팀하나가 좀 크다. 보통 100명정도니..--a ) 팀장이 직접 전화해가며 저런 소리를 해대니 거기에 대놓고 '개길' 수는 없지 아니한가.
내일까지 하나 제출해야 하는데 , 어쩌다보니 오늘은 좀 일찍-이래봐야 회사서 열두시간을 채웠지만.--a - 퇴근해버렸다. 그리고 집에서-절대 지금까지 집에서 회사 일을 해 본 적은 없었는데- 특허 관련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자동차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가,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것을 개선&수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지.. 의문을 던지려고 노력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구만.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다시 책상에 앉았다. 최소한 아이템 두가지 이상은 마련해 가야지 내일 어떻게라도 제안한 후 퇴근할 수 있을텐데. 에궁...